느릿과의 만남 1
2007년 8월 1일
작성자: 한선경
잔뜩 기대에 부풀어 회사를 나왔다. 삐죽삐죽 거리며 길에 서서 인사를
나눈 우리는 천천히 얘기를 해보겠다면 사괴나무로 향했다. 그러나 웬걸, 사과나무는 우리 중 누군가의 말처럼 "서울역
대합실"만큼이나 시끄러웠고 우리는 곧 somerset 1층에 마련된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겼다.
사실 난 그들의 모든 것이 궁금했다 조심스럽게 "느릿"의 존재를
알려준 구수연씨와의 만남만으로도 궁금했던 이들은 아주 여러 가지 속도를 가지고 다양한 크기의 소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
말처럼 하나의 느릿"이었다. 구수연씨의 말처럼 그들은 한 인간과 같았다.
명함을 처음 받았을 때 멋지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의 블로그를
찾았을 때 괜찮군 했다. 그리고 내가 반했던 한 대목은 그들의 졸업작품도 스터디 케이스도 아니었다. 오히려 어쩌면 엉뚱한 곳에
있는지도 모르겠다."느릿"이라는 명함에 적혀진 단 하나의 메일 계정. 그것이 내가 이들에게 정말 반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블로그에서 찾아낸 정보에 따르면 그 메일로 보내면 모두에게 연락이 간단다. 아, 이들은 진정 community가 아닌가? 하나의
이름을 네 명이 가진 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너가 나인지 내가 너인지 모른다고 했던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도
함께 쓴 책 앞에는 자신들의 이름을 각각 나열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책임있는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네 명이 모여 하나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난 이들 중 한명을 알고 있었고, 그들의 작품도 제대로 보지 못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과의 약속 전 작은 질문지를 만들었었다.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을 다음과 같았다.
어떻게 함께 하게 되었나?
이승호: 졸업전시(졸전)를 준비하다가 왜 졸업전시를 하는 것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아무도 왜 하는지 모르지만, 2.3개월을 투자해서 하게 된다. 대부분의 졸전시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럼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을 2,3개월 만들어 버리기만 하는 것이고, 가까운 사람들이 방문해 축하해줄 뿐이다.
졸업전시를 둘러싼 모든 과정과 결과들이 쓸모 없다는 생각에 뭔가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 친구들을 설득하게 되었고, 같이
해보게 되었다.
구수연: 졸업전시에는 대부분 상품 디자인을 하게되고, 상품은 대부분
핸드폰 등 대기업 제품들의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우리가 넷이었기 때문에 교수님도 허락해주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모여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얘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가 되고 싶은 디자이너란 무엇일까 이런 생각을 하게되었다.
왜 느릿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나?
구수연: 서로가 생각하는 것을 준비해서 프리젠테이션을 했었다. 여러다양한 얘기가 나왔지만, 공통적으로 "느림"이 담겨져 있었다 그래서 느릿으로 짓게 되었다.
: 난 여기서 느림도 아니고 나름
"느릿"이라고 지은 것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이들은 느리지만 게으르지 않은 것이다. "느릿"이라는 열려진 단어는 우리로 하여금
움직임을 느끼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이름은 한국어의 묘미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활동하고 싶은가?
이승호: 희망제작소에 디자인과 관련된 이슈가 있다면 언제든지 함께 하고 싶다.
한선경: 너무나 고마운 이야기다. 디자인을 하는 것과 디자인에 대해 얘기하는 것, 어디에 관심이 있나?
심성은: 방금 전의 질문에 대해서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디자인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좋다.
한선경: 디자인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가능하다면 내가 맡은 프로젝트
안에서 함께 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느릿 멤머 혹은 디자인에 관련된 사람들이 모여서 '세미나'모임을 해보는 것은 어떤가?
말하자면 우리의 외부 연구 그룹이 되어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희망제작소는 이런 연구그룹이 늘 필요하고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졸업을 했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까 여러 가지 배경에 있어서 기존의 학자들보다 서툴다고 할수도 있지만, 느릿과 같은
그룹들이 가지는 열정과 유연성은 희망제작소가 미래를 준비하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쯤 되었을 때 우리가 있던 카페는 문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서둘러 이야기를 정리했고 인사동 입구에서 조용히 문성용씨가 사진을 찍자고 제의했다. 이들은 꼭 한 컷씩 찍는다고 한다.
사진을 찍은 뒤 자신들 만의 시간을 위해 그들은 광화문까지 걷겠다고 했다. 그들은 느릿느릿 인사동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있었고,
알 수 없는 기대감을 안은 채 나는 지하철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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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www.neureet.org
Neureet 구수연, 문성용, 심성은, 이승호
만난 이들: 한선경, 느릿, 박수미(간판문화연구소 인턴)
그들은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를 같이 졸업했다. 내가 묻지 못한 질문이
한 가지 있었는데, 그것은 "책임있는 디자이너"는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아주 핵심적인 질문이었는데 인터뷰어로서 아직 초보자인
나는 그만 잊어버린 모양이다. 곧 그들을 다시 보게 될테니 걱정하지 말자. 곧 "책임있는 디자이너"에 대한 느릿과의 느긋한
대화를 알려줄테니..